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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청 담그기] 단단한 놈에 구멍 송송… 나무 국자로 휘휘 저으면 '푸른 보약'

입력 : 2012.05.31 04:00

사진은 숙성 전 매실청.

"매실은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기를 내리고 열과 가슴앓이를 없앤다. 또한 마음을 편하게 하며,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한다. 근육과 맥박이 활기를 찾는다." - 동의보감

"매실은 간과 담을 다스리며 근(筋)을 튼튼하게 해준다. 피로 해소, 노화 예방 효과도 있다." - 본초강목

"매화가 조춘만화(早春萬花)의 괴(魁)로서 엄한(嚴寒)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화하는 것은, 그 수성(樹性) 자체가 비할 수 없이 강인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동양 고유의 수종이 그 가지를 풍부하게 뻗치고 번무(繁茂)하는 상태를 보더라도, 이 나무가 다른 과수(果樹)에 비해서 얼마나 왕성한 식물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거니와, 그러므로 또한 매실이 그 독특한 산미(酸味)와 특종의 성분을 가지고 고래로 귀중한 의약의 자(資)가 되어 효험이 현저한 것도 마땅한 일이라 할밖에 없다."(김진섭 '매화찬(梅花讚)')

6월 본격 수확하는 매실은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해소에 도움이 되고 변비와 피부미용에도 좋다. /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kmin@chosun.com
늦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매화의 계절이라면, 6월부터 약 한 달 반 동안은 그 열매 매실의 시간이 펼쳐진다. 대추만 한 크기의 녹색 열매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이 계절, 매실은 말 그대로 '푸른 보약'이 된다.

하지만 매실을 날것으로 먹을 수는 없다. 덜 익은 매실의 씨와 과육에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많이 먹으면 유독한 '청산(靑酸)'으로 분해돼 중독을 일으킨다. 하지만 매실주 등 음식이나 약재로 가공하면 청산 성분은 대부분 없어진다.

'매실청'은 이러한 매실을 이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담가놓은 매실청은 1년을 두고 먹을 수 있는 천연 음료요, 조미료이자 소화제가 된다. '매실청'은 필요한 재료도 많지 않고 담그는 법도 간단하다. 집에서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실청 담그기를 소개한다.

[매실청 만드는 법]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매실청을 만들 때 매실 꼭지를 잘 따줘야 이물감이 없고 맛도 깔끔하다”고 했다. / 이경민 기자

1 매실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뺀다

매실은 직경 4㎝ 정도의 타원형 열매를 고르는 게 좋다. 푸른 색이 선명하고 겉이 단단한 것이 좋은 매실이다. 요리 전문가들은 깨물어 봤을 때 씨가 작고 과육에서 단맛과 신맛이 함께 나는 것을 추천한다.


2 꼭지 부분의 이물질을 이쑤시개 등으로 제거한다

보통 매실 꼭지는 손톱으로 치면 쉽게 빠진다. 하지만 꼭지가 떨어지고 검은 흔적만 붙어 있는 경우에는 이쑤시개 등을 사용해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게 좋다.

3 매실을 이쑤시개로 2~3군데 찔러 구멍 낸다

구멍을 내줘야 발효 시 매실 진액이 더 잘 우러나온다

4 매실과 설탕, 프락토올리고당을 10:10:1의 비율로 넣는다

올리고당을 넣어야 칼로리를 낮춰주고, 발효 후에도 매실의 탱탱한 과육을 유지할 수 있다. 올리고당은 이소말토올리고당(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올리고당) 대신 반드시 프락토올리고당(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올리고당)을 사용해야 한다. 이소말토올리고당을 넣으면 수분 함량이 높아져 곰팡이가 생긴다.

5 나무 국자를 사용해 저어준다

나무 국자는 매실청의 산화를 막아준다.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대추를 넣어주면 매실의 독성을 중화시키고 더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6 매실청을 담그고 매실과 설탕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매실청을 담은 용기를 굴려준다

설탕은 백설탕이나 흑설탕 모두 괜찮다. 흰설탕을 사용하면 당도가 올라가고 색이 옅어져 음식 첨가제로 쓰기 좋다. 흑설탕을 사용하면 반대로 당도는 낮아지고 색이 짙어져 차나 술로 활용하기 좋다.

7 매실 용기를 잘 밀봉하여 서늘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90일간 보관한다

숙성 기간이 지난 뒤 곱게 걸러낸 진액이 매실청이다. 매실청은 다양한 음식을 만들 때 설탕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불고기를 만들거나 나물을 무칠 때 매실청을 넣으면 재료의 식감을 살려 조리할 수 있다. 커피잔 1잔 기준으로 매실청 2큰술과 물을 섞으면 맛이 깊은 매실차를 즐길 수 있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딸기 셰이크나 밀크 셰이크를 만들 때 설탕 대신 매실청을 사용해도 좋다.

매실청을 만들고 남은 매실은 과육과 씨를 분리해 과육은 장아찌를 담고 씨는 베갯속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실 장아찌는 매실 과육에 고추장과 물엿을 섞어 만든다.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인 밥반찬이 된다. 깨끗이 씻어 말린 매실 씨앗을 베갯 속으로 쓰면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실의 효능]

최근 매실이 인기를 끌면서 매실 효능에 대한 연구도 많아졌다. 한때 매실은 '천연 소화제'처럼 인식되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매실의 해독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매실에는 피크린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피크린산은 식중독, 배탈 등 음식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 피루브산 성분은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늘 피곤하거나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 좋다. 술을 마시고 난 뒤 매실 농축액을 물에 타서 마시면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

경상대학교 연구팀이 2006년 내놓은 '국내 매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기능성 물질 및 가공 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매실은 피로해소에 도움이 된다. 매실은 구연산이 풍부한데, 구연산이 우리 몸 안의 산성 노폐물을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해 주고 근육에 쌓인 젖산을 분해해 주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 효과도 있다. 매실은 알칼리성 식품이라 꾸준히 먹으면 육류와 인스턴트 음식 과다 섭취로 인한 체질의 산성화 증상(두통·불면증·현기증 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