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입과 위장까지 편해야 한다” 기본에 가장 충실한 진정한 보양식

      입력 : 2012.12.07 09:00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이다. 사람은 먹을 거리를 통해 섭생을 한다. 어떤 먹을 거리나 약(藥)과 식(食)의 요소를 두루 가지고 있다. 그 먹을 거리가 사람 입맛에 맞고 영양가가 풍부하면 음식이 된다. 또 어느 특정 질병 치료에 효험이 있거나 신체 메커니즘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면 좋은 약도 된다. 그런데 약과 식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있다. 그 어느 쪽으로도 비중이 쏠리지 않고 음식이면서 약이고, 약이면서 음식인 먹을 거리를 흔히 보양식 (保養食)이라고 한다.

      부부의 성(姓)을 간판에 걸고 문 연 보양식 전문점

      대전 탄방동의 <금송 오리와 삼계탕>은 보양식 전문식당이다. 이 집 주인장 금종숙(61)씨는 원래는 건축업에 종사했다. 사업은 대체로 순조로웠다. 하지만 가끔 고비를 맞이하기도 하는 것이 사업이다. 상가 건물을 지었는데 분양이 여의치 않았다. 고민 끝에 금씨는 자신이 직접 식당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평소에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고, 맛집에 다니면서 소문난 음식을 먹는 것을 즐겼던 터라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어느 정도 기반을 닦아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도 아닌데 굳이 사서 고생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더구나 자녀들은 ‘우리 5남매 낳아 키우느라 고생하셨는데 뭐가 부족해 또 그 고생을 하시느냐’고 말렸다. 하지만 금씨의 생각은 달랐다. 5남매 다 키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최선 다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결심을 굳히자 일하는 것이 행복했다.

      하지만 취미생활과 직업으로서의 음식 만들기는 엄연히 달랐다. 일단 사람 몸에 좋은 최고의 보양식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외식업 전문 교육기관에서 공부도 하고, 6~7개월간 국내 최고의 오리 요리 전문점을 찾아 다니며 맛보고 조리법을 벤치마킹 했다. 마침 금씨의 사위가 경기도 일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여서 사위로부터도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완벽하게 준비를 했지만 그래도 막상 직업으로서의 외식업을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2009년에 개업했지만 겁(?)이 나서 따로 개업식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넘쳤고, 금종숙(61)씨는 자신의 성(姓)인 ‘금’자와 부군의 성인 ‘송’자를 합자하여 상호를 ‘금송’으로 하였다. 성을 걸고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결의의 표시다.

      무려 19가지 한약재와 곡분 들어간 ‘한방오리누룽지백숙’

      족히 한자가 넘어 보이는 널찍한 옹배기에 내온 한방오리누룽지백숙(3만8000원)이 이 집의 대표 메뉴다. 이 집은 HACCP(해썹,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전남 나주의 유명 가금류 공급업체의 오리를 사용하고 있다. 위생과 안전이 검증된 오리 한 마리에 찹쌀과 이 집에서만 사용하는 몸에 좋다는 한약재 다린 물을 넣고 백숙으로 고았다. 여기에 구수한 누룽지로 마무리를 한 음식이다.

      한의사인 금씨의 사위가 체질에 관계없이 범용적으로 누구에게나 이로운 한약재 19가지를 추천해주었다고 한다. 이 한약재 달인 물은 백숙 외에 육수처럼 다른 탕에도 넣어 조리한다. 여기에 녹두를 비롯한 여러 가지 몸에 좋은 곡식과 견과류 가루가 들어간다. 한약재는 그 자체로서 보양재이기도 하지만 오리의 잡내를 제거해준다. 요즘 현대인이 잘 먹지 않는 여러 가지 곡식 가루도 귀중한 영양재이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무려 19가지나 되는 한약재가 들어갔지만 한약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 이 음식의 미덕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보양식도 음식은 음식이다.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하고 먹는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진정한 벗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그러나 막상 내 곁을 떠나면 그 벗의 빈자리가 무척 넓다. 음식에 들어간 약재도 이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 금씨의 생각이다.

      티 나지 않게 몸에 좋은 메밀들깨수제비와 남도오리탕

      메밀들깨수제비(6000원)는 간단하게 식사메뉴로 먹을 수 있는 영양식이다. 메밀 40%와 밀가루 60%로 반죽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반죽을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주문을 받으면 바로 수제비를 떼어 넣어 끓인다. 국물에 들어가는 들깨 가루의 경우, 보통 식당에서는 이미 갈아놓은 기성 제품을 쓴다. 그러나 이 집에서는 직접 들깨 가루를 내서 음식에 넣는다. 때문에 들깨 가루가 신선하고 산패되지 않아 수제비 국물에서 쩐내가 나지 않는다.

      오리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이나 삼계탕 애호가를 위한 한방누룽지삼계탕(1만원)도 있다. 역시 한방 약재 우린 국물에 닭을 고아냈다. 삼계탕은 삼복더위에 많이 찾는 보양식이지만 요즘에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주인장 금씨가 최근 야심을 갖고 준비한 메뉴가 있다. 남도오리탕(3만8000원)이다. 한방 약재 우린 국물에 오리 뼈를 고아 육수를 냈다. 푸짐하게 나오는 생 미나리를 샤부샤부처럼 살짝 데쳐서 먼저 먹고, 천천히 진한 국물과 오리 고기를 즐긴다. 기존 오리탕에 건강 요소를 최대한 가미하고 맛도 끌어올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짜거나 맵지 않고 자극적인 맛이 없다. 그러면서도 티 나지 않게 몸에 좋은 한약재 성분이 몸에 스민다. 오리 전문점의 기본 메뉴인 훈제오리와 메밀들깨수제비에 찰밥으로 구성한 세트 메뉴도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러 메뉴를 고루 맛보기에 좋다. 대(4만원)와 중(2만4000원), 두 가지다.

      주인장 금씨는 ‘사서하는 고생’이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한다. 식당 수익금의 일부는 장학금과 형편이 조금 어려운 이웃들을 응원하는데 쓰고 있다. 고객에게 최고의 보양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일, 그녀가 자신의 남은 생을 걸만한 가치 있는 일이란다. 갑년을 맞은 금종숙 씨의 눈빛은 야망에 찬 젊은 셰프의 그것 못지 않게 빛났다.

      “진정한 보양식은 보약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몸은 물론, 입과 위장까지 편하게 해줘야죠.”

      <금송 오리와 삼계탕> 대전시 서구 탄방동, 042-485-5246

      기고= 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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