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 끝에서 찾아온 미각의 진객, 이베리코

      입력 : 2016.12.23 08:00

      [맛난 집 맛난 얘기] <배꼽집> 일산점

      프랑스 사람들이 스페인을 비하할 때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 아프리카”라고 한다. 나폴레옹이 처음 했다는 이 말은 스페인보다 아프리카 사람이 더 기분 나빠할 것 같다. 스페인은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보고 있는데다, 한동안 아랍 이슬람 세력권내에 들어있었다. 중앙부 유럽 입장에서 보면 변방이고 촌동네다. 스페인이 자리 잡은 땅, 그곳이 바로 이베리아 반도다. 스페인어 이베리코(ibérico)는 이베리아 반도의 산물, 즉 스페인산이라는 뜻이면서 스페인 돼지품종을 뜻하기도 한다. 일산 <배꼽집>은 스페인산 돼지고기인 이베리코 전문점이다.

      잡내 없고 고소한 지방의 풍미가 ‘쫀득쫀득’

      퍽 오래 전에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로 숙성시킨 햄, 하몽 한 조각을 받아들고 금쪽처럼 아껴먹었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이베리코는 하몽의 재료로만 기억했다. 그런데 요즘 스페인산 이베리코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베리코는 출하를 앞둔 사육 후기에 사료 대신 도토리를 먹이면서 방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베리아 반도의 도토리는 달콤한 맛이 나는데 이 도토리가 돼지고기 맛을 좋게 한다는 것이다. 

      <배꼽집>은 갈비 부위인 이베리코 참갈비(260g 1만6000원)와 목살 부위인 이베리코 생구이(180g 1만5000원) 두 가지가 있다. 이베리코 원육 맛을 보려면 아무래도 양념을 하지 않은 이베리코 생구이 쪽이 더 낫다.

      이베리코 생구이는 스페인산 돼지고기의 목살이다. 한눈에 봐도 마치 높은 등급 소고기의 등심 같다. 지방 조직이 살코기 속에 넓고 고르게 발달했다. 불판에 고기를 올리면 이 지방들이 녹아 흐른다. 구울 때 가끔 기름이 숯불에 떨어져 불길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기를 깍두기처럼 입방체로 썰었다.

      지방이 풍부한 만큼 풍미가 좋고 잡내가 없으면서 식감이 쫀득쫀득하다. 입방체여서 입에 고기를 넣으면 꽉 차는 듯한 느낌 또한 나쁘지 않다. 너무 과도하게 굽지 말고 스테이크처럼 미디엄 레어 정도로 익혀 먹는 게 가장 맛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먹어본 사람들은 마치 소고기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생맥주와 함께 즐기는 손님이 많은데 간혹 와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집은 와인을 팔지 않는다. 다만, ‘콜키지 무료’여서 와인을 가져와 마시는 건 허용된다. 소금에 찍어먹는 방법이 이베리코 고기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간장 양파채에 싸먹으면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질리지 않아 그것대로 좋다. 이외에도 먹음직스런 찬류가 무척 다양하다.

      “갈비탕 저리가라!” 마구리탕의 반란

      아삭이 고추와 샐러리로 담근 새콤달콤한 피클, 강화산 순무로 담근 순무깍두기는 특유의 매콤하고 단맛이 도드라진다. 느끼함 잡아주는 배추 겉절이와 물김치는 절로 밥 생각이 나게 한다. 이밖에도 뒷맛이 개운한 생김 갓김치(물김치)에 단호박 샐러드까지, 고깃집 반찬으로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열 번 정도 연속해서 밥을 지어 언제나 새로 지은 밥을 내놓는데 쌀밥에 낙지젓갈을 얹어 날김에 싸먹어도 별미다. 좀 더 확실한 식사 마무리를 원한다면 마구리탕(8000원)이 좋다.

      동쪽으로는 지중해를, 서쪽으로는 대서양을 끼고 남서로 쭉 벋은 이베리아 반도. 비록 변방이지만 유럽 땅의 일부다. 마찬가지로 마구리 역시 소갈비의 맨 끝 부분인 변방 부위다. 그래도 분리되기 전에는 갈비의 일부였다. 고기 양이 빈약해 갈비 대접은 못 받지만 탕으로 끓이면 갈비탕과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국물이 진하고 고소하다. 이 때문에 간혹 비양심적인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팔기도 한다. 파는 사람이 나쁘지 마구리는 죄가 없다.  

      갈비는 너무 비싸 탕으로 끓이면 단가가 무척 높아진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부담스럽다. 2%의 만족감만 포기한다면 마구리탕은 고가인 갈비탕의 아주 훌륭한 대안이 되어준다.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뼈에 붙은 마구리살이 다섯 토막 정도 들어있어 나름 푸짐하다. 겨자 푼 간장소스에 찍어먹으면 그 맛이 참하다. 양지를 넣고 함께 끓여낸 감칠맛 나는 국물은 갈비탕에 비해 손색이 없다.

      야곱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찾아 나섰던 ‘세상 끝’이 바로 이베리아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이베리아 반도, 그 멀고 먼 곳에서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인 한반도까지 찾아온 이베리코. 극서에서 극동까지 와준 덕분에 우리 미각과 식탁의 영토가 조금 넓어졌다. 스페인의 도토리 작황이 한국 미식가들 입맛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고기 한 점을 먹으면서도 좁아진 지구촌을 실감한다.
      <배꼽집>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강송로 33 일산요진와이시티 벨라시타 A동, 031-849-6616

      글 사진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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