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직장인의 점심 일식을 찾아서

      입력 : 2016.12.28 09:02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양재동 <경수사>

      미소 국 먹으러 가서 만난 ‘만원정식’

      업무상 일본 외식업계를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외식업계와 견줘보게 된다. 특히 일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음식 수준이나 서비스, 가성비에서 나도 모르게 일본 식당과 비교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우리 일식당의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띌 때 더욱 그렇다. 그래도 가끔은 ‘어, 이 정도면 일본보다 나은데…’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며칠 전, 흐린 날씨 탓인지 국물 생각이 났다. 마침 외근이 없어서 점심을 회사 근처 식당에서 해결해야 했다. 성탄절 휴일에 과음을 한 것도 아닌데 속이 좀 더부룩했다. 그렇다고 평소와 같은 탕반 국물이 아닌, 내 몸은 뭔가 다른 국물을 원했다. 가만히 내 몸에게 물어보니 내 몸은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 국물을 원하고 있었다.

      미소 국은 일식 상차림에서 주연급은 아니다. 그렇다고 빛나는 조연도 못된다. 어찌 보면 사소한 단역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단역 때문에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막상 회사 주변에서 미소 국을 먹을 만한 식당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코앞에 스시 집이 있었다.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아 존재조차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그제야 발견했다. 아마 매일 마주치는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젊은 직원과 함께 점심시간에 찾아갔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 대부분 인근 사무실의 직장인들이었다. 점심특선 메뉴는 딱 두 가지. ‘만원정식’과 ‘만원초밥’이다. 둘 다 1인분에 1만 원인데 세트메뉴여서 2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 우리는 만원정식을 주문했다. 메뉴 구성에 초밥도 포함된다. 국내 초밥 집들의 너무 비싼 가격을 대할 때마다. 일본 스시의 높은 가성비를 부러워했었다. 그래서 은근히 이 집 초밥에 대한 기대가 컸다.


      회 초밥 튀김에 밥과 반찬까지, 알찬 구성 돋보여

      먼저 양상추 샐러드와 미소 국이 나왔다. 찬 손으로 미소 국을 감싸 쥐었더니 금방 손이 따뜻해졌다. 바지락을 넣은 미소 국은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얄은 맛과 구수함이 빈속을 데워주고 달래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밥이 나오지 않았는데 국물을 다 마셔버렸다. 한 그릇 더 달라고 하려다가 그만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미소 국이 맛없는 일식당이 적지 않다. 반대로 미소 국이 맛있는 집은 ‘작은 것에도 정성을 들인다’는 생각 때문에 뒤에 나올 메인 음식에 기대감을 갖게 된다. 아울러 그 집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곧이어 초밥과 생선회가 나왔다. 새우, 광어, 연어 초밥이 두 쪽씩 모두 여섯 쪽이었다. 네타가 큼직해 먹을 만했다. 광어회와 도미회 역시 두툼하게 썰어 석 점씩 내왔다. 평소 생선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젊은 직원도 비교적 맛있게 먹었다. 회를 한 점씩 먹고 나자 바로 밥과 찬류가 뒤이어 나왔다.


      윤기 나는 쌀밥에 서더리탕이 먹음직스러웠다. 국물이 얼큰한 서더리탕은 소주 한 잔을 간절히 생각나게 했지만 오후 일정 때문에 자제하기로 했다. 해장용으로도 손색없다. 찬으로는 꽁치구이, 건새우 볶음, 깍두기, 미역무침이 모두 맛깔스러웠다. 특히 깍두기는 일식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였다. 일단 모양이 섞박지처럼 큼지막한데다가 젓갈을 약간 사용한 듯 했다. 젓갈의 감칠맛이 밥맛을 더욱 돋워줬다. 여기에 깻잎, 새우, 고구마 튀김을 곁들여 냈다. 튀김 전문점 수준은 아니었지만 고소한 맛은 인정할 만했다.


      초밥, 생선회, 튀김, 밥과 반찬, 탕과 국으로 차린 한 상이 알찼다. 전체적으로 실속 있는 메뉴 구성이 돋보였다. 주방장의 손맛과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1만원에 이 정도 밥상이라면 꽤 만족스럽다. 매일 먹는 일상의 메뉴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부담 없는 지인이 찾아왔을 때 이런 상차림도 괜찮을 듯싶다.
      지출(2인 기준) : 초밥정식 1만 원×2인 = 2만 원
      <경수사> 서울 서초구 논현로19길 17    02-575-5818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 CP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