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내륙에서 만난 진부령 황태

      입력 : 2016.12.30 08:00

      [맛난 집 맛난 얘기] 윤실네진부령황태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2014년 해양수산부는 동해안 명태를 현상 수배했다. 사라진 명태의 인공증식에 필요한 수정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1940년경 연간 소비한 명태가 무려 2억1000마리였다고 한다. 국민 1인당 10마리 꼴로 먹은 셈이다. 조선 중기 이후 국민생선이었던 명태, 그 많던 명태가 이젠 현상수배를 해야 할 정도다. 워낙 다양한 이름을 가졌고 오래 먹어왔으며 국민 누구나 특별히 싫어하지 않는 생선. 지금쯤 진부령 아래 황태 덕장에서는 찬바람 모진 눈을 견뎌가며 황태가 익어갈 것이다. 경북 선산의 <윤실네진부령황태>는 구미 선산지역 최고의 황태 음식점으로 몇 년째 주민들 사랑을 받고 있다.


      황태
      좋은 황태 골라 맛있게 구워

      우리나라의 명태 최고 산지는 함경도 신포였다. 김영삼 정부시절 북한에 경수로를 짓다가 철수했던 바로 그 항구도시다. 9~10월경이면 강원도에 명태 어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차츰 명태어장도 북상했고, 이듬해 3~4월이면 함경도 북쪽에서 어기가 마무리 됐다.

      1월경 명태 산란기에 신포와 그 앞의 섬 마양도 일대에서 잡히는 명태가 가장 맛이 좋았다고 한다. 이 시기가 되면 신포 앞바다는 ‘물 반 명태 반’이었다고 한다. 명태 수컷이 배출한 수정액으로 바닷물이 온통 뿌옇게 변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때 신포에서 속초로 피란 내려온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이 전후 동해안 명태잡이의 큰 구실을 했던 것 같다.

      이젠 전설이 된 동해안 명태. 어쩔 수 없이 우린 러시아 베링해나 오오츠크해 명태를 먹는다. 강원도 용대리 덕장에 걸린 황태들도 그곳 출신이다. 선산에서 몇 년째 <윤실네진부령황태>를 운영하는 김종욱 윤정자 부부도 동해안 황태로 솜씨를 발휘해보는 게 소원이다.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은 해마다 느는데 우리의 동해바다 황태가 아니어서 못내 아쉽단다.

      황태칼국수
      황태해장국
      황태구이
      이 집은 황태로 구이, 해장국, 칼국수, 찜 등 네 가지 메뉴를 낸다. 핵심 식재료는 역시 황태다. 주인장의 황태 고르는 안목이 매우 높다. 우선 황태가 너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길이 40cm 내외가 가장 맛있다고. 또한 구울 때 부서지지 않고 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바람과 온도 등 덕장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말린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조건이 안 좋은 상태에서 말린 황태는 색깔이 어둡고 만져보면 미끌미끌한 느낌이 난다고 한다.

      간판 메뉴는 황태구이정식(9000원)이다. 물에 황태를 담갔다가 부드러워지면 가위로 지느러미와 뼈를 제거한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20여 가지 양념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뒀다가 식용유 두른 팬에 구워낸다. 얌전히 잘게 자른 부추와 참깨를 뿌려 손님 상에 올린다. 씹을수록 달착지근한 양념 맛과 매콤한 맛, 구수한 황태 맛이 난다.

      해장국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황태해장국

      꾸준히 술꾼들의 사랑을 받는 황태해장국(7000원)은 명태의 미덕이 최대한 발현된 음식이다. 명태의 성분이 뭐고 효능이 어떻고, 구구절절 긴 말이 필요 없다. 술 먹은 다음날 아침에 황태해장국 한 그릇 먹고 나면 몸이 그 모든 걸 말해준다. <윤실네진부령황태>은 황태를 끓여 얻은 육수에 황태채, 무, 콩나물, 대파, 팽이버섯,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다. 

      구수한 국물의 감칠맛은 제사 때 먹는 탕국과 닮았다. 끝에 치고 올라오는 매콤한 맛은 해장국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좀 더 얼큰하게 먹고 싶으면 주문할 때 미리 부탁해 청양고추를 더 넣어 먹는다. 대파가 많이 들어가 국물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것도 이 집 황태해장국의 특징이다. 끓이기 전에 대파를 넣고, 다 끓고 나서 그릇에 퍼 담을 때 또 썬 파를 넣는다. 국물이 한결 달고 시원하다. 포장판매도 하는데 4인분에 1만3000원이다.

      황태 끓인 국물에 칼국수를 삶은 것이 황태생칼국수(7000원)다. 호박, 대파가 듬뿍 들어갔다. 면발에서 나온 전분 때문에 황태해장국에 비해 국물이 조금 걸쭉하다. 잘 익은 김치 곁들여 먹는 구수한 면발이 포인트. 해물찜 마니아를 위한 황태찜(중 3만원, 대 3만8000원)도 있다.


      황태찜
      주인장 손맛 밴 반찬들, 황태 맛에 뒤지지 않아

      이 집은 황태 맛도 좋지만 찬류가 특히 뛰어나다. 안주인 윤씨의 친정에서 농사지은 신선한 식재료로 윤씨가 직접 손맛을 내기 때문이다. 쌀, 무, 배추, 우엉, 대파, 땅콩 등을 비롯한 몇 가지 양념류를 고아읍 황산리 친정에서 공수해온다. 즉석에서 윤씨가 조물조물 무친 반찬들은 마르지 않고 양념의 맛과 향을 그대로 지녔다. 조리해놓은 것을 구매해 쓰는 식당들 반찬과는 확연히 다르다.
      친정에서 재배한 배추를 창고에 잔뜩 쟁여두고 조금씩 담가 내놓는 생김치는 신선한 배추의 색과 맛이 살아있다. 깍두기 역시 아삭하고 단단해 제 맛이 난다. 갖은 양념을 한 어묵은 옛날 엄마가 싸준 도시락 반찬과 그 맛이 흡사하다. 부산에서 찾아낸 맛있는 어묵을 직접 택배로 받아쓴다.

      특이하게도 세로로 길게 썬 새송이 버섯 무침은 버섯 향에 묻어나는 매콤한 고추 향이 매력적이다. 고소한 참기름과 쌉쌀한 맛이 일품인 취나물에서 높은 산을 느낀다면, 비릿한 갯내음의 미역무침은 바다를 느끼게 해준다.

      이 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반찬은 고추튀각이다. 풋고추를 물에 담갔다가 씨를 빼고 잘라, 밀가루에 묻혀 쪄서 다시 말린 뒤 튀겼다. 여기에 황태구이 양념과 친정에서 협찬 받은 땅콩 가루를 입혔다. 손이 많이 간만큼 맛이 기가 막히다. 양념하기 전의 고추튀각은 천하제일의 맥주 안줏감이다.

      온갖 잿빛 뉴스가 세상을 도배했던 한 해였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 계시는 분들이 마구 재를 뿌려대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한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그나마 희망을 이어간다. 병신년을 보내면서 명태 양식 기술개발 성공을 ‘2016년 외식업계 최고의 기쁜 소식’으로 꼽아봤다. 만선의 명태잡이 배가 거진, 속초, 주문진, 묵호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날도 이제 머지 않았다. 그 동안 고생했을 개발 실무자 분들께 큰 박수를 보낸다.
      <윤실네진부령황태>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산중앙로 88   054-482-5543

      글 이정훈(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사진 변귀섭(월간외식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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