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8가지 따로국밥이 단돈 5000원

      입력 : 2017.01.11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경북 예천 <삼일분식>

      새해에도 계속되는 ‘좋은 식당 발굴하기’

      2017년 들어 싸고 좋은 식당에 대한 정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회사가 새해 들어 첫 번째 한 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불경기에 대응할 내공을 갖춘 식당 혹은 아이템 발굴’이었다. 지난주 그런 식당을 발굴하러 경북 지역에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경북 상주의 연탄으로 구운 숯불구이 집, 36년 내력의 수제만두집, 저렴한 우동과 짜장면으로 자체 건물까지 세운 안동의 우동집 등 다양한 식당을 하루에 다녀왔다.

      경상도는 전통적으로 국밥이 발달한 지역이다. 경남 부산의 돼지국밥이 유명하지만 소고기국밥 역시 경상도 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대구의 육개장과 따로국밥, 경북 안동의 <옥야식당> 해장국, 경남 함양의 <대성식당>, 경남 의령의 <종로국밥>, 경북 경산의 <온천골>, 부산 해운대의 아주 저렴한 소고기국밥 등 소고기를 기본 베이스로 끓인 소고기국밥이 유명하다.

      전남 나주의 투명한 맑은 국밥과 달리 약간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경상도 소고기국밥의 특징이다. 어찌 보면 매우 간편한 메뉴지만 서울에는 이런 국밥을 제공하는 곳이 드물다. 얼마 전 경기도 포천을 다녀오다 국도변에서 소고기국밥과 완자를 먹었는데 국밥이 너무 자극적이고 매웠다. 이에 비해 경상도 소고기국밥은 대체로 은은한 맛을 낸다. 

      이런 견지에서 이번 투어에서 새롭게 발굴한 국밥에 대한 기대가 나름 컸다.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경북 예천의 따로국밥 집이었다. 인터넷에 등록된 상호는 ‘삼일분식’이지만 메뉴는 딱 한 가지! 따로국밥만 판매한다.


      사실 우리 일행 세 명은 이미 네 곳의 식당을 방문했던 터여서 포만감이 충만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우리 일행 외에는 중 노년 부부가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을 뿐 내부는 한산했다. 우리는 배가 불렀지만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3인분을 주문했다.

      얼마 전, 경북 선산의 한 수육 집에서 방문한 사람 수보다 적게 주문해 업주에게 싫은 소리 들은 기억도 있다. 이런 성격의 투어를 한다고 미리 설명했지만 업주는 대놓고 싫은 소리를 했다. 한가한 시간인데도 막무가내였다. 그래도 이 집은 가격이 저렴해서 배가 불렀음에도 3인분 정량을 모두 주문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식당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아마도 업주의 성격이 반영된 것 같다. 식당 안에 달력이 10개 이상 걸려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달력을 제작한 업소들이 나름 홍보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식당 밖 벽면에 국밥을 퍼주는 아주머니의 일러스트 같은 것을 그렸는데 나름 운치가 있어 보였다.

      수십 년 내공의 선짓국과 반찬, 서울 입맛에도 딱! 

      국밥 3인분 주문했더니 국과 밥을 제외하고 고등어구이를 포함하여 8가지 정도의 반찬을 제공했다.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가 손에다 장갑을 끼고 서빙을 했다. 꽤 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식당이지만 나름 개념이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 아주머니가 주인인줄 알았는데 물어보니 종업원이었다.

      반찬은 고등어구이, 감자조림, 호박전, 무짠지무침 등 딱 시골스러운 반찬들이었다. 반찬에서 윤기가 났다. 아마도 반찬을 수시로 하는 것 같았다. 반찬의 때깔에서 예상했지만 반찬들이 제법 맛깔스럽다. 경상도 반찬인데 염도도 높지 않고 입맛에 맞았다.

      고등어구이도 국내산 자반으로 기름기가 적어 먹기에 편했다. 호박전도 깔끔했고 무짠지무침이 특히 입맛을 당겼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반찬들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고지식의 극치다. 우리 일행은 모두 서울 출신이지만 이 식당 반찬이 대체로 취향에 맞았다.

      따로국밥 즉 선짓국밥 국물을 떠서 먹었다. 국은 오후 시간이라 좀 짠맛이 있었지만 꽤 당기는 국밥이었다. 소뼈와 선지로 끓인 국밥인데 시원하고 깔끔했다. 자주 먹어도 안 질릴 것 같았다. 전언한 것과 같이 우리 일행은 배가 불렀지만 국물이 맛있어서 본격적으로 밥을 말아서 먹었다. 국밥은 밥을 말아서 먹어야 제 맛이다.

      원가를 감안해 건더기는 선지와 채소뿐이었지만 은근히 입과 마음에서 본능적으로 당기는 맛이다. 연륜 있는 주인장의 내공 때문일 것이다. 이 메뉴 한 가지로 수십 년을 운영해온 것이다.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점심때는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한다. 서울이나 대구에서 일부러 국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가격, 맛 모두 만족스러운 국밥이었다. 5000원에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는 기분 좋은 일이다. 필자의 직업 특성상 ‘이런 국밥이라면 깍두기와 김치만 있으면 서울에서 6000원에 손님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하게도 필자의 레이더로는 서울에서 선짓국을 제대로 하는 식당을 아직 포착하지 못했다. 선지와 채소 등이 들어간 소박한 국밥이지만 이런 맛을 낸다면 손님들은 자주 방문할 것 같다.

      밥은 약간 남겼지만 국물은 거의 다 비웠다. 식당 음식이지만 집에서 먹는 음식의 느낌이 강했다. 이 메뉴 한 가지로 오랜 세월동안 우직하게 장사를 한 주인장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요즘 같이 혼란한 세상에 이런 우직한 식당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보물 같은 존재다. 우리 일행은 또 다른 식당 발굴을 위해 안동으로 차를 몰았다.
      지출(3인 기준) 따로국밥(5000원) × 3 = 1만5000원
      <삼일분식> 경북 예천군 예천읍 시장로 93  054-654-4514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 CP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