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즐기는 한국과 일본의 술과 음식 이야기

  • 디지틀조선일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7.01.12 09:01

    2017년도가 시작한 지도 벌써 10여 일이 지났다. 이때쯤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도 슬슬 어색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인사를 이번 달에 또 하게 된다. 1월 28일 구정, 즉 설날이기 때문이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신정에 떡국을 먹었다면 구정에 또 먹어야 하는지, 조카들 용돈도 또 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온다. 가까운 일본은 구정을 쇠다가 1930년대부터는 신정을 쇠기 시작했다. 지금은 오키나와 정도만 구정을 보내지만, 근대화를 시작한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지금의 설날인 구정을 보냈다.

    우리나라도 십 수 년 전만 해도 주로 신정을 쇠었지만, 이제는 설날이란 이름 하에 구정이 공식적인 명절로 자리잡았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 설날에 대해서 같은 날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각자 특성에 맞게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떤 것을 설날에 공유하고, 어떻게 각자의 식문화는 발전시켰을까? 2주 앞으로 다가온 설날에 맞춰 한국과 일본의 설날 식문화를 들여다본다.

    도소주에 들어가는 약재. 출처 장희주 기자
    한일간의 공통된 설날 문화 악을 도륙낸다‘ 도소주(屠蘇酒)’음복

    한국에서는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설에 늘 마시는 술이 있었다. 이름하여 ‘도소주(屠蘇酒)’. 일본말로는 오토소(お屠蘇)라고 한다. 소주라고 생각되기 쉬운 이름이지만, 소주가 아닌 발효주, 약청주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이름이 꽤나 자극적이다. 마치 퇴마사 같다. 바로 때려잡을 도(屠), 사악할 소(蘇). 도륙(屠戮)낸다는 단어도 이 한자를 쓰는데,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사악한 존재를 도륙낸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사악한 존재는 전염병이다. 그래서 원래 한국에서는 약청주에 다양한 오두거피, 대황, 거목, 도라지, 호장근 등 10가지 약재를 배주머니에 넣고 끓여 알코올을 증발시킨 후에 어린아이부터 하나씩 음복을 시켰다.

    일본의 도소주용 한방세트. 약재를 일본 청주에 넣어 마신다
    한국에는 도소주란 형태가 이제야 다시 복원되고 있지만, 일본에는 이렇게 술에 약재를 넣어 끓여 마시라는 세트가 있다. 그리고 전용 잔도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일본도 어린아이부터 음복을 시켰다. 알고 보면 일본이 이러한 문화를 훨씬 생활 속에서 지키고 있다는 것.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한일 양국이 도소주란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실은 이 문화가 고대 중국의 뿌리에서 두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대부터라고 일본의 문헌들은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중국에는 이 문화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중국에서는 사라졌지만, 한일 양국은 지켜오고 있고 산업적으로도 발전시킨 것은 일본임을 알 수 있다.

    액운을 끊어주는 역할, 일본 정월 마지막 날의 메밀국수(소바)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일본에서는 메밀국수, 즉 소바를 먹는다. 국수를 먹는 이유는 장수를 의미한다는 것도 있지만, 메밀로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점성이 약해 잘 끊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먹으면서 한 해의 나빴던 것을 다 끊어내고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털어낼 것은 털어내고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도 이렇게 끊어내는 의미를 지닌 것이 있는데, 대보름에 하는 부럼 깨기로 호두, 잣, 은행 등을 날이 밝기 전에 깨면서 먹는 것이다. 다만 이 풍습은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하고, 미리 깨트린다는 액운을 예방한다는 있어, 액운을 끊는다는 일본의 소바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사진=pixabay
    장수와 부를 상징하는 설날의 떡국 문화
    우리 민족이 떡국을 언제 먹었는지는 확실하게 확인되지는 않는다. 다만, 조선상식문답을 작성한 최남선은 떡국이 상고시대 제사 때 음복하던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했다. 떡국을 먹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래떡인데 흰 모습은 밝은 한해, 긴 모습은 장수를 의미한다. 떡 모양이 동그란 이유는 바로 돈를 상징한다. 마치 엽전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부에 대한 갈망을 볼 수 있다.

    오세치 요리 사진
    풍년과 다산을 상징하는 일본 오세치(御節) 요리
    일본에서는 정월 초하루에 오세치(御節)란 음식을 먹는다. 우리로 따지면 조금 큰 크기의 3단 도시락 같은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하는데, 일본의 고대 문명 중 하나인 나라(奈良)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고 지역별로 재료가 다른데, 꼭 들어가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악을 물리치는 검은색을 상징하는 콩, 다산을 상징하는 청어 알, 논의 비료로 사용되던 정어리 치어, 풍년을 상징하는 우엉, 승리를 상징하는 황금 밤, 출세를 상징하는 방어, 장수를 상징하는 새우, 속이 다 보여 통찰력을 높이라는 연근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지만, 일본사람 그 누구도 이 요리를 맛으로 즐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맛보다는 한 해를 생각하며 기리는 차원으로 즐긴다고 할 수 있다. 자주 떡국을 접하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다.

    고민하고 노력하는 인간의 삶이 담긴 설음식과 술

    흔히 이야기하지만, 문화는 우열을 따질 수 없다고 한다. 모든 문화에는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지혜와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설음식 문화도 마찬가지. 떡국을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장수하는 것도 아니며, 일본의 소바를 먹는다고 해서 모든 액운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도소주를 음복한다고 해서 전염병에 절대 안 걸린다고 말할 수 없고, 일본 오세치 요리를 먹었다 한들, 무조건 잘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화의 본질은 종교적이거나 샤머니즘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나쁜 것을 지우고, 좋은 것을 받아들이려는 생각, 그리고 가족과 사회를 지키려는 고민과 노력이 음식으로 남겨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과 노력은 인간사를 만들어오고 문화와 문명을 이뤄왔다. 우리가 전통을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효능과 효과가 아닌,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며, 준비해야 하는 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과 준비는 또다시 우리의 인간사를 발전시켜 주고, 나와 우리 후손에게 혜택을 준다. 우리가 전통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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